일본 리포트

정윤성 기자의 일본 리포트 (농가식당 마에야의 성공 비결②)

2021.09.13 21:00

(사진 설명 - 농가식당 '마메야'는 콩으로 만든 음식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농가식당 ‘마메야’의 성공 비결은? 마을 공동체의 구심

 

일본 미에현 (三重)에는 인구 14,000여 명 규모의 타키쵸 (多氣町)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농가식당의 의의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농가식당이 농촌공동체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2005년에 문을 연 농가식당, ‘마메야’ (まめや). 마메는 ‘콩’을 뜻합니다. 가게 이름을 우리말로 하면 ‘콩집’ 정도가 되겠습니다. ‘건강’ ‘토속’ ‘시골밥상’ 같은 느낌이 팍 오지 않나요? 식당 이름처럼 콩을 원료로 한 음식을 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 지역에 내려오는 농촌 음식에 콩요리까지 30종류의 반찬을 뷔페 형식으로 내놓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메뉴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입니다. 가격은 1인당 1,380엔, 싼 편은 아닙니다. 평일에는 80 - 100여 명, 휴일에는 100-150여 명의 손님이 다녀갑니다.

 

100% 지역산 식재료, 농산물 직매장도 운영

 

이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100% 이 지역에서 재배한 것입니다. 콩도 마찬가집니다. 이 콩으로 매일 아침 두부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놓습니다.

 

이 콩은 ‘후쿠유타카’ (フクユタカ)라는 지역산 콩입니다. 영농조합이 재배한 콩의 3분의 2 가량을 이 농가식당이 식재료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 식당이 있기 때문에 지역산 콩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12년에는 ‘마메야’ 바로 옆에 농산물 직매소를 개장했습니다.

 

고령화가 심각한 마을에서 재배한 농작물은 소량 다품목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농들이 살아남으려면 가까운 곳에 안정적인 판로가 있어야 합니다. 이 농산물 직매소에 100여 명의 지역농가가 농산물을 출하합니다. 그 농산물의 3분의 1을 마메야가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령농, 소농들이 꾸준히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농가식당 ‘마메야’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설명 - 농가식당 '마메야' 전경, 일본 미에현) 


농촌 여성 일자리, 급식 · 노인 도시락까지

 

농가식당 ‘마메야’에는 20대부터 80대의 여성 40여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40명이나 되는 것은 시급제 (時給制)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부분이 주부인 근로자들은 육아, 농업, 가사 등 생활에 지장이 없는 시간에 나와서 일을 합니다. 근무일수도 1주일에 2일부터 5일까지 제각각입니다.

 

당연히 급여는 많지 않겠죠. 하지만, 잠깐 시간을 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본인의 영농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메야’는 주부들이 농사를 포기한 채 이 식당에서 전일제 근무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길게 봤을 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식당 운영이 지역과 함께 가며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마메야는 두부, 된장, 쓰께모노 (절임류), 과자, 반찬 등을 만들어 인근 농협의 농산물직매소, 수퍼마켓 등 10개 점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 독거노인들의 도식락 납품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연 매출은 2016년의 경우, 1억 엔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식사 판매 3분의 1, 농산물 직매소 3분의 1, 10개 점포와 학교급식 등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매출이 3분의 1입니다. 모두 이 지역의 주부들이 이 지역의 농산물을 가지고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그리고 이 돈은 100% 이 지역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보조금 신청 ‘퇴짜’...탄탄한 공동체性 위기 극복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농가식당 ‘마메야’가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첫 번째 부딪힌 벽은 ‘자금조달’이었습니다.

 

농가식당 개업에 필요한 사업비의 3분의 1은 자체 출자금으로 조달했지만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할 수 없이 나머지는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몇 번씩이나 미에현에 보조금 신청 서류를 제출했지만 그때마다 다시 써오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사업 계획서를 써본 경험도 없었고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행착오가 이어졌습니다. 겨우, 상공회의소의 도움으로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조금이 결정될 때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신청한 보조금이 전액 지원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운전자금이 부족했습니다. 식당에서 사용할 그릇, 비품을 구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결국, 결론은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밥그릇, 젓가락 통, 커텐, 남비 등을 모두 주부들이 집에 있던 것을 가져왔고 메뉴판은 직접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농가식당 ‘마메야’의 키타가와 시즈코 (北川靜子) 대표는 “개업할 때까지 고생을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사업 계획서를 2년 동안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또 개업 준비를 하면서 주부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안겨주는 보조금으로 편하게 자금을 조달하면 마메야와 같은 고생은 하지 않겠죠. 하지만 그 고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동체 의식, 자신감, 책임감 그리고 문제 해결의 노하우와 경험은 결코 얻을 수 없습니다.

 

마메야는 ‘우리끼리 해보자’는 내발성 (內發性)에서 시작했고 모든 문제를 주부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사업에 필요한 원료 조달, 제품 생산, 판매 모두 지역산으로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가 농가식당에만 머물지 않고 그 마을공동체 전반에 고루 퍼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농가식당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이유를 농가식당 ‘마메야’는 제대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JTV전주방송 정윤성 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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