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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범죄 외면' 자치단체, 사후약방문 말고 사후대책을

2022.08.24 14:12


지난 21일 새벽 익산에서 
20대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남성이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흉기를 들고 침입한 남성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범죄를 가능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입니다. 



여성의 방 창문까지 이어져 있던 
배관을 타고 올라가 침입한 것입니다. 

혼자 있는 집에 
누군가 배관을 타고 침입한 순간, 
이 여성이 느꼈을 섬뜩함,

또 피해 상황의 공포와 절망감은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이처럼 범죄에 취약한 건물 구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이 사건에서 본 것처럼 가스배관입니다.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도범 등 범죄자들에게는 
이 가스배관은 최고의 범죄 도구입니다. 

건물마다 벽에 설치돼 
창문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범행을 마음 먹은 성인 남성이 
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특히 보통 건물 1층에는 
방범창이라도 설치돼 있지만 
2층 이상은 방범창이 없는 경우가 많고  
문을 자주 열어놓는 여름철에는 
침입하기도 쉽습니다. 

이 밖에도 원룸 같은 건물은 
CCTV 사각지대도 많고, 
건물 높이가 낮아 옆 건물을 통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조명이 많지 않은 
어둑한 골목은 범죄에 취약하기만 하죠. 

이런 상황에 자치단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관련 조례를 만들어 놨습니다. 



하지만 범죄예방 방지를 위한 조례 내용을 보면 
무엇을, 또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 자치단체는 
'자연적 감시가 가능하게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배치한다.'와 
'조경과 조명 등을 적절히 배치해 
접근 통제가 가능하도록 한다.'라고 
조례에 기본 원칙을 세워놨습니다. 

또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점유할 수 있게 하는 등 영역성을 
강화한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 조례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선뜻 와닿지 않습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일부 자치단체는 
조례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도 수립하지 않았습니다. 

제도 개선 등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둘 수 있는데 
이를 운영하지도 않습니다. 

조례가 있으나 마나 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이 
아주 어려운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CCTV를 제대로 설치해 감시하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범죄인들을 위한 
외벽 계단처럼 설치된 가스배관의 
위치를 변경하거나 
가시 덮개를 설치하는 등 
작지만 사소한 것만 바꿔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치단체의 지원이나 
조례로 규정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에  
자치단체가 소극적인 게 아닐까요? 

이번 사건 피해자처럼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북의 1인 가구 비중은 
33.8%로 나타났습니다. 

혼자 사는 가구가 
열 집 가운데 세 집을 훌쩍 넘어섰다는
의미입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합니다.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인 가구 중 42.8%는 
범죄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인구 39.9%가 불안하다고 
대답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입니다. 

이보다 1년 앞선 조사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두려워하는 범죄는 
'주거침입'이었습니다. 

늘고 있는 1인 가구가 
범죄, 특히나 주거침입에 대해 
불안하다고 외치고 있는데 
자치단체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은 불행한데 남들은 행복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제든 범죄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범죄 예방에 소극적인 자치단체,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JTV 전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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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영 기자 (bhy@j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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