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리포트

성매매 집결지 폐쇄...일본에서는?

2021-06-30 10:37
<성매매 집결지 폐쇄....일본에서는?>

요즘 한국에서도 전국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평택시가 적극 나서고 있고 대전시에서는 여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전주시가 성매매 집결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전주시는 서노송동의 성매매 집결지에 현장 시청 사무실을 설치하고 성매매 점포를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바꿔나가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 전철이 지나가는 고가 아래에서는 지난 2005년까지 성매개가 이뤄졌다. 일본 요코하마시)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국내 자치단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일본에 있습니다.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서 일본의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킨 스토리를 여러분과 공유해보겠습니다.


■ 일본에서 '풍속'의 의미는?


일본에서는 성매매를 '풍속 (風俗)' 영업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일본에서도 '풍속'이라는 말은 한 시대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의식주, 생활양식의 특색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그 의미가 변질돼서 차츰 성매매 행위를 지칭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풍속'처럼 생각하면 말도 안 될 일이 벌어지겠죠.
일본의 요코하마시는 도쿄와 인접한 인구 380만 명의 대도시입니다. 1858년에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해왔습니다.

일본이 패망한 1945년 사회적 혼란기에 요코하마에는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근로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행위, 즉 '풍속'영업이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


(# 성매매가 이뤄졌던 옛 점포,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시의 지하철역 히노데 (日ノ出)와 코가네 (黃金町) 사이에는 풍속 (風俗) 영업을 하는 점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 일본 전철 고가 아래 성매매 점포...1995년에 찾아온 변화

전철이 지나가는 고가 (高架) 아래에서 270여 개의 점포가 성매매 영업을 했습니다. 요코하마시가 대도시이고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성매매 점포의 규모도 컸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가 아래의 성매매 점포에 지난 95년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고베 (神戶) 대지진이었습니다. 대지진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고층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이 강화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철 고가 (高架)에 대한 내진 (耐震) 보강공사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 밑에서 성매매를 하던 업주들은 그곳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바로 인근으로 옮겨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성매매 점포가 지역주민들의 생활공간과 더 가까워지게 된 거죠. 주민들은 성매매 집결지 때문에 주거환경은 물론 자녀들의 학습환경에까지 문제가 생긴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주민들은 2003년에 환경정화 추진 협의회를 결성해서 성매매 점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요코하마시, 대학, 경찰 등과 연계해서 안전한 거리를 만들자는 지역 여론을 형성해갔습니다.

 
■ 2005년 경찰 일제단속...성매매 집결지 폐쇄

2005년, 마침내 경찰이 움직였습니다. ‘바이바이 작전’ (バイバイ)이라는 이름의 경찰 집중 단속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전체 성매매 점포가 모두 문을 닫게 됐습니다.

환경정화 추진 협의회는 성매매 점포 폐쇄 10년을 맞은 2015년에 3가지 항의 ‘자립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첫째, 우리가 사랑하는 이 거리를 절대로 10년 전으로 되돌리지 않는다. 둘째, 우리가 사랑하는 이 거리가 ‘보통의 마을’ 이 될 수 있도록 이 활동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준다. 셋째, 우리가 사랑하는 이 거리가 다시 상업으로 활기가 넘치는 마을로 부활하도록 노력한다.  

성매매 업소의 폐쇄는 경찰을 통해 이뤄졌지만, 그 바탕에는 자기들의 마을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현장에 가보면 당시 성매매 업소의 분위기가 남아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구조, 유흥업소 특유의 간판 등 과거 성매매 점포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JTV전주방송 정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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